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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차라투스트라 - 스쳐 지나감에 대하여필사 2021. 3. 11. 12:57반응형
그리하여 많은 군중과 여러 도시를 천천히 지나가면서 차라투스트라는 에움길로 그의 산과 그의 동굴을 향해 돌아갔다. 그런데 보라, 그가 자기도 모르는 새에 대도시의 성문 앞에 이르렀을 때, 입에 거품을 문 바보가 두 손을 활짝 벌린채 그를 향해 뛰어오며 길을 가로막았다.
이자는 사람들이 차라투스트라의 원숭이라고 불렸던 바보였다. 왜냐하면 이 바보가 차라투스트라의 문장과 억양을 조금 익혔고 또한 즐겨 그의 지혜를 빌려 썼기 때문이다. 그 바보가 차라투스트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 아, 차라투스트라여, 여기는 대도시입니다. 여기서 당신은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오히려 모든 것을 잃을 뿐입니다.
어찌하여 당신은 이 진흙탕을 걸어서 건너려 하십니까? 당신의 발도 생각하셔야죠! 차라리 이 문에 침을 뱉고 발길을 돌리십시오!
여기는 은둔자의 사상에게는 지옥과 같은 곳입니다. 여기서는 위대한 사상이 산 채로 삶겨 쪼그라듭니다.
여기서는 모든 위대한 감정이 썪어버립니다. 여기서는 메마르게 덜거덕거리는 왜소한 감정만이 덜거더거릴 수 있을 뿐입니다!
당신은 이미 정신의 도살장과 음식점 냄새를 맡지 못합니까? 이 도시는 도살된 정신이 내뿜는 증기로 자욱하지 않습니까?
당신은 영혼들이 더러운 누더기처럼 축 늘어져 매달려 있는 것을 보지 못합니까? 게다가 사람들은 이 누더기로 신문도 만들지요!
당신은 여기서 정신이 말장난이 되었다는 것을 듣지 못했습니까? 정신은 역겨운 말의 구정물을 토해 냅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 말의 구정물로 신문을 만듭니다.
그들은 서로 몰아대지만 어디로 가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서로 열을 올리지만 왜 그런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양철판을 두들기고 자기들의 금화를 절겅거립니다.
그들은 추위에 떨며 화주로 몸을 녹이려 합니다. 몸이 달아오른 그들은 얼어붙은 정신에서 냉기를 얻고자 합니다. 그들 모두는 병약한 자들이며 여론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온갖 욕성과 악덕이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에는 도덕군자들도, 잽싸게 한 자리를 차지한 덕망 높은 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들 영악한 자들은 손가락을 놀려 글을 써댑니다. 그들의 엉덩이는 앉아 기다리느라 굳은 살이 박였지요. 복도 많게 가습에 별 모양의 장식을 단 그들은 또한 하늘로부터 속을 넣어 빈약한 엉덩이를 부풀린 딸애들을 선사받기도 했습니다.
또 여기에는 만군을 주재하는 신 앞에서의 경건이란 것도 허다하며 그 앞에서 독실하게 침이라도 핥겠다는 아첨도 허다합니다.
하늘로부터 별과 자애로운 침이 뚝뚝 떨어집니다. 별로 치장하지 못한 가슴들은 모두 저 하늘을 동경합니다.
달은 달무리를 가지고 있고, 달무리는 귀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지 같은 군중과 잽싸게 자리를 차지한 온갖 덕은 달무리로부터 나오는 모든 것을 향해 기도를 드립니다.
'저는 봉사합니다. 그대도 봉사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봉사합니다.' 모든 잽싼 덕은 군주를 향해 이렇게 아룁니다. 공을 세워 받은 별이 마침내 빈약한 가슴에 찰싹 달라 붙도록!
그러나 달은 그 모든 지상적인 것 둘레를 변함없이 돕니다. 그러므로 군주도 그 모든 가장 지상적인 것 둘레를 돕니다. 그건 다름 아니라 소상인들의 황금이지요.
만군을 주재하는 신은 결코 금괴의 신이 아닙니다. 생각은 군주가 하지만, 조종은 소상인이 하니까요!
당신 마음속의 밝고 강력하고 선한 모든 것에 걸고 맹세합니다. 아, 차라투스트라여! 이 소상인들의 도시에 침을 뱉고 돌아가십시오!
이곳에서 파란 피는 모두 부패하고 미지근하고 거품을 부글거리며 혈관 속을 흘러갑니다. 모든 찌꺼기가 떠돌며 함께 부글거리고 있는 거대한 쓰레기장인 이 대도시에 침을 뱉으십시오!
억눌린 영혼과 빈약한 가슴, 툭 튀어나온 눈, 끈적끈적한 손가락이 우글거리는 이 도시에 침을 뱉으십시오.
치근대는 자, 몰염치한 자, 악착같이 써대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자, 열에 들뜬 야심가들의 도시.
모든 썪은 것, 추잡한 것, 색정적인 것, 어둠침침한 것, 너무 익어 문드러진 것, 곪아터진 것, 선동적인 것이 한데 어울려 곪아 터지는 곳.
이 커다란 도시를 향해 침을 뱉고 돌아가십시오!"
그러나 여기서 차라투스트라는 거품을 물고 열변을 토하는 바보의 말을 제지하며 그의 입을 막았다.
"제발 그만 하게!"라고 차라투스트라가 소리를 질렀다. "그대의 이야기와 어투에 구역질을 느낀 지 이미 오래네!"
그대는 무슨 까닭으로 개구리와 두꺼비가 되어야만 할 만큼 오랫동안 늪가에 살았더란 말인가?
이제 그대의 핏줄 속으로 썩고 부글거리는 늪의 피가 흐르고 있고, 그 때문에 꽥꽥거리며 욕설을 퍼붓고 있지 않은가?
그대는 왜 숲으로 가지 않았는가? 아니면 왜 대지를 갈지 않았는가? 바다는 푸른 섬들로 가득하지 않은가?
나는 그대의 경멸을 경멸한다. 그리고 그대는 내게 경고하면서 그대 자신에게는 왜 경고하지 않는가?
나의 경멸과 나의 경고하는 새는 오직 사랑으로부터만 날아오를 뿐, 늪으로부터 날아올라서는 안 된다!
입에 거품을 문 바보여, 사람들은 그대를 나의 원숭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그대를 나의 투덜대는 돼지라고 부르리라. 투덜댐으로써 그대는 바보스러움에 대한 나의 예찬을 욕되게 한다.
애초에 그대를 투덜대게 만든 것은 누구였던가? 아무도 그대에게 충분히 알라거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그래서 그대는 그처럼 요란하게 투덜댈 구실을 마련키 위해 이 쓰레기 더미 위에 앉았던 것이다.
마음껏 복수할 구실을 마련하기 위해서! 그대 허영심에 찬 바보여, 그대가 내뿜고 있는 그 모든 거품은 말하자면 복수심이다. 나는 그대를 꿰뚫어보고 있다!
그러나 그대의 바보같은 말은 그것이 지당할 때조차도 내게 상처를 준다! 심지어 차라투스트라의 말이 백번 옳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대는 나의 가르침을 이용하여 언제나 부정을 저지를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대도시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고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마침내 이렇게 말했다.
이 바보뿐 아니라 이 대도시도 구역질이 난다. 여기서나 저기서나 더 나아질 것도 더 나빠질 것도 없다.
슬프도다, 이 거대한 도시여! 나는 오래전부터 이 거대한 도시를 태워버릴 불기둥을 보았으면 하고 바랐다.
그러한 불기둥들이 위대한 대낮보다 먼저 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일에도 때가 있고 그것의 정해진 운명이 있는 법!
그대 바보여, 작별의 말로 나는 그대에게 다음의 가르침을 전한다.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곳에서는 스쳐 지나가야만 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고 바보와 그 대도시를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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